대서양 동맹의 붕괴: 변화하는 국제 질서와 미국-유럽 관계의 현주소

2025. 3. 4. 20:02카테고리 없음

뮌헨 안보회의의 충격과 그 함의

2025년 초,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 안보 포럼은 전후 국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 역사적인 회의에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유럽 지도자들과 외교 관계자들에게 전례 없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유럽을 더 이상 미국이 지켜주지 않을 것", "유럽의 문제는 유럽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 "유럽의 민주주의가 미국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고 있다"는 발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1년부터 구축되어 온 미국-유럽 간의 견고했던 안보 동맹 관계의 근본적인 붕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특히 부통령은 기존에 합의된 GDP 2%라는 나토 회원국 국방비 분담률을 두 배 이상 증가한 5%까지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부담 증가나 비용 분담의 문제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유럽은 이제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고 자체적인 방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미국의 명확한 정책 전환 메시지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깊은 우려와 함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발시켰습니다.

 

 

예견된 붕괴: 2011년의 경고와 그 이후의 발전

사실 이러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어 온 과정이었습니다. 10년도 더 전인 2011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브뤼셀 나토 본부 방문 당시 유럽 동맹국들에게 명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유럽이 계속해서 안보 문제에 있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려 한다면, 나토는 결국 역사적 유물이 되어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 있다"고 예견했던 것입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의 안보 의존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였습니다.

당시 미국 측은 2006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GDP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이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실질적인 안보 위협이 발생한 이후에야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핀란드 등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이 뒤늦게 2% 목표를 달성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시각에서는 이제 그러한 노력조차도 현재의 안보 환경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강경한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이는 동맹 관계에서의 책임과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합니다.

나토의 역사적 맥락: 냉전의 산물과 현대적 의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8년 냉전 초기에 유럽 국가들을 소련의 팽창주의적 위협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집단 안보 체제로 설립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공식적으로 종결된 이후에도 나토가 해체되지 않고 오히려 동유럽 국가들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거의 8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국제 안보 질서의 중심축으로 존속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집단 안보 체제로서의 나토의 효용성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지속적인 정체성 재정립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나토가 최초 설립되던 시기, 미국은 전 세계 제조업 역량의 절반 이상인 5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경제 강국이었으며, 이러한 경제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럽의 안보를 보장하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과 함께 현재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약 16%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새로운 경제 강국들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유럽의 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회의가 미국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경제적,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공동의 기억의 상실과 세대 간 인식 차이

미국과 유럽 간의 특별한 동맹 관계는 근본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싸우며 형성된 강력한 유대감, 노르망디 상륙작전, 베를린 공수작전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구축된 공동의 집단 기억과 경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점차 사라지고 8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역사적 기억과 감정적 유대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으며, 대신 각국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정치적 계산이 양측 관계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과거의 전쟁 경험은 단지 역사책 속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은 '지리적 행운'이라고 불릴 만큼 안보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동쪽으로는 광활한 대서양, 서쪽으로는 태평양이라는 자연적 방어선을 갖추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오랜 우방국인 캐나다, 남쪽으로는 멕시코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웃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지정학적 특성과 지리적 고립성으로 인해 미국 국민들과 정치인들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외부 세계의 안보 위협에 대한 직접적인 체감도와 관심이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과 동맹 관계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윌슨주의의 쇠퇴와 미국 외교 정책의 전환

미국이 20세기 초반부터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국제 무대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 사상적 배경에는 제28대 대통령이었던 우드로 윌슨의 국제주의적 이상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윌슨은 "유럽 대륙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가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핵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윌슨주의적 사상은 이후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고, 냉전 시기 동안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를 수호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요한 사상적, 이념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슬로건 아래 이러한 전통적인 윌슨주의적 관점과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으며, 대신 미국의 지리적 이점과 자국 이익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적 민족주의와 신고립주의적 관점이 미국 외교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대서양 헌장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적 가치

1941년 8월, 제2차 세계대전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이 뉴펀들랜드 앞바다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갖고 체결한 대서양 헌장(Atlantic Charter)은 전후 국제 질서의 기본 원칙을 정립한 획기적인 문서로,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대 국제질서의 근간이 되는 핵심 가치와 원칙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1. 영토 확장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거부함
  2. 영토의 변경은 반드시 해당 지역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동의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함
  3. 모든 민족은 자신들의 정부 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결권을 가지며 이를 존중해야 함
  4. 국제 무역에서의 불필요한 장벽을 제거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 교류를 촉진함
  5. 국가 간 경제적 협력을 증진하여 모든 국가의 사회적 안전과 경제적 발전을 도모함
  6. 모든 인류가 공포와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
  7. 모든 국가가 공해(公海)에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

이러한 대서양 헌장의 원칙들은 이후 유엔 헌장, 세계인권선언, 그리고 브레튼우즈 체제 등 전후 국제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제도와 규범의 이념적 토대가 되었으며,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가치적 기반을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이러한 고귀한 가치와 원칙들은 점차 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힘의 논리와 국익 중심의 현실주의적 국제 관계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럽의 안보 위기와 전략적 대응 방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전면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가장 대규모의 국가 간 전쟁이라는 점에서 유럽 전체에 심각한 안보적 충격과 위기의식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의 안보에 대한 전통적인 보장 의지를 점진적으로 철회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유럽 국가들에게 냉전 이후 처음으로 스스로의 안보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근본적인 전략적 도전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유럽의 안보 구조와 방위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인식 속에서 유럽 연합 차원에서는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유럽 국가들 간의 공동 방위 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핵 억제력 공유 가능성, 유럽 내 방위산업 협력 강화와 통합, 유럽군 창설, 유럽 안보 이사회 설립 등 다양한 제도적, 군사적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의 안보 우산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게 존재합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 간의 서로 다른 안보 인식과 우선순위, 그리고 실질적인 국방비 증액에 대한 정치적, 재정적 부담이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인식과 대외 정책 기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유럽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나토 국방비 분담금이나 무역 불균형과 같은 표면적인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명확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단일한 의사결정 주체와의 양자적 거래와 협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중앙집권적 권위주의 국가는 '이해하기 쉽고' 거래가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되는 반면,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유럽연합은 불명확하고 모호한 실체로 인식되어 효과적인 협상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적 세계관과 가치관에서 유럽, 특히 서유럽 국가들은 그가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진보적 엘리트주의'와 '글로벌리즘'의 원천지이자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 다자주의적 접근, 국제기구의 역할 강화,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등 유럽이 중시하는 가치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으며, 이러한 이념적, 가치적 괴리 역시 미국-유럽 관계 악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적 차이를 넘어서는 세계관과 가치체계의 근본적인 충돌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계 질서와 국제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난 80년간 국제 질서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은 다양한 내외부적 요인들로 인해 앞으로 더욱 약화되고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대서양 양안 관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과 같은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깊은 전략적 함의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강조해 왔지만, 변화하는 국제 질서와 미국의 동맹 정책 속에서 이 관계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방향성에 대해 보다 냉철하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결정적인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국제 관계에서 영원불변하는 동맹이나 적대 관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 질서는 항상 역동적으로 변화해왔으며, 대서양 동맹의 약화와 재조정은 이러한 거시적 변화의 한 단면이자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래의 국제 관계와 동맹 구조는 과거의 역사적 기억이나 감정적 유대보다는 각국의 현실적인 국가 이익과 전략적 계산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각국은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대에서는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심층분석

대서양 동맹의 붕괴와 미-유럽 관계의 재편: 변화하는 국제 질서의 심층 분석

서론: 역사적 동맹의 균열과 국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굳건하게 유지되어 온 대서양 동맹이 이제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5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발표한 충격적인 연설은 단순한 정책적 조정이 아닌, 동맹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으며, 이는 전후 국제 질서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17.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유럽 안보에 대한 미국의 의존 종식 방침과 기존 GDP 2%에서 5%로의 나토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는 냉전 시대에 형성된 집단안보체제가 21세기의 국제 정세와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장: 대서양 동맹의 역사적 기반과 변질 과정

1.1 냉전의 산물에서 탈냉전의 적응까지

1949년 워싱턴 조약을 통해 공식적으로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소련의 팽창주의 정책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서방 국가들의 집단방위체제로 출발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와 동구권의 해체 이후에도 나토는 존재 이유를 재정립하며 국제 테러리즘 대응과 지역 분쟁 해결 등으로 그 역할과 기능을 점진적으로 확장해왔으나, 근본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우산' 체제라는 본질적인 성격을 계속해서 유지해왔다. 특히 2014년 발생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는 동유럽 국가들의 나토 가입 열망을 급속도로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나, 동시에 이는 미국의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상당히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였다.

1.2 윌슨주의의 퇴조와 미국의 전략적 재편

20세기 초반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 의해 제창되고 발전된 국제적 개입주의 노선(윌슨주의)은 이후 약 100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의 근간이자 이념적 기반으로 작용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이러한 전통적인 외교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었다1013. 특히 2025년 초 진행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가 양자 협상을 통해 일방적으로 타결안을 도출한 사건은 대서양 동맹의 신뢰 관계를 결정적으로 훼손한 분수령이 되었으며, 이는 1941년 처칠과 루즈벨트가 공동으로 선언한 대서양 헌장의 정신과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외교적 행보라고 볼 수 있다.

2장: 구조적 갈등의 다층적 분석

2.1 경제적 부담의 재분배 논쟁

나토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 문제는 오랫동안 동맹 내에서 첨예한 논쟁과 갈등의 대상이 되어온 역사적 쟁점이었다. 2025년 현재 나토에 가입된 32개 회원국 중에서 24개국이 겨우 2%라는 최소 목표치를 달성했을 뿐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5%라는 높은 방위비 분담률 요구는 단순한 금액의 증액을 넘어서 안보 책임과 역할의 근본적인 재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39. 특히 유럽 내 주요 경제 강국인 독일(1.49%)과 이탈리아(1.37%) 등의 주요 국가들이 보여준 저조한 방위비 지출 실적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강한 불만과 비판을 지속적으로 촉발시켜왔다.

2.2 지정학적 이해관계의 충돌

최근 수년간 미국이 전략적 초점을 유럽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급격히 전환함에 따라 이것이 대서양 동맹의 응집력과 정체성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21년 미국, 영국, 호주 간에 체결된 오커스(AUKUS) 삼자 안보 협정은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안보 협력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 대륙을 전략적으로 주변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프랑스와 호주 간에 체결되었던 650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건조 계약이 갑작스럽게 파기된 사태는 이러한 전략적 전환의 상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2.3 이념적 괴리의 확대

2025년 뮌헨안보회의에서 밴스 부통령이 언급한 "유럽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나 일시적인 외교적 마찰을 넘어서, 미국의 보수주의적 가치관과 유럽의 진보주의적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갈등의 단면을 명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 극우 성향의 대안당(AfD)이 20.8%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프랑스에서는 마린 르펜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이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현상은 미국 내 트럼프 지지 기반과 유사한 정치적 조류와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서양 동맹의 핵심 가치였던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이라는 공통의 가치 기반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장: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모색

3.1 방위산업 역량 강화

최근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전투기(FCAS) 개발 프로젝트와 유럽연합 차원에서 설립 및 확대되고 있는 유럽방위기금(EDF)의 지속적인 예산 증액은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자체의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구축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2025년 현재 유럽연합은 회원국 방위산업 예산의 20% 이상을 공동조달 시스템에 할당하는 야심찬 목표를 공식적으로 설정했으나, 각국 간의 기술 표준화 문제와 예산 분배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진전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3.2 핵 억지력 재고

2024년 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프랑스의 핵 억제력 공유 정책 확대 논의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전통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유럽 자체의 독자적인 핵 전략을 모색하려는 중대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은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가 제안했던 다자핵전력(MLF) 계획이 실패한 이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옵션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의 약 45%가 자국의 핵무기 보유를 지지하는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따른 국민 정서의 중대한 변화가 명확히 감지되고 있다.

3.3 대러시아 전략의 재정립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이상 장기화됨에 따라 유럽의 에너지 안보 시스템은 근본적인 재편 과정을 겪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의 전략적 고립과 취약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2025년 1월 러시아가 유럽 전역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이후, 유럽연합은 북해 지역의 해상 풍력발전 용량을 현재 28%에서 2030년까지 45%로 대폭 확대하고 알제리와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협정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에너지 비용이 이전 대비 무려 300%나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유럽의 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4장: 국제 질서 재편의 파장

4.1 다극화 시대의 개막

선진 7개국(G7)의 국제적 영향력과 실효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브릭스(BRICS) 체제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동시 가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현상은 기존의 서구 중심적 국제 질서가 빠르게 해체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2022년에 공식 발표한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lobal Security Initiative)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 간의 연결성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전통적인 동맹체제에 대항하는 새로운 대안적 안보 구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4.2 경제블록화의 심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이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은 전통적인 자유무역 원칙과 다자주의적 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주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특히 2025년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 간의 전기자동차를 둘러싼 무역 분쟁은 양측의 평균 관세율이 무려 35%까지 치솟는 등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광범위한 재편과 지역 경제 블록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4.3 신냉전 구도의 형성

2024년 하반기 러시아와 북한 간에 전격적으로 체결된 포괄적 군사협력 협정과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현상은 국제 사회에 새로운 형태의 양극체제가 출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10월 미국 정부가 강화한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 정부가 2025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희토류 수출 규제 정책은 첨단 기술 분야의 패권 경쟁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국가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복합적인 안보 이슈로 발전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결론: 동맹 이후의 세계를 향하여

대서양 동맹의 근본적인 해체와 재편 과정은 단순히 하나의 지역 안보체제가 약화되거나 종말을 맞이하는 현상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어 약 80년간 지속되어 온 20세기적 국제질서의 종언과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역사적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력과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중심의 외교안보 정책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다양한 신흥 강대국들의 부상과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보다 다원화되고 다층적인 세계질서를 형성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국제 질서의 전환 과정에서 중소국가들의 전략적 포지셔닝과 세력 균형자 역할, 그리고 주요 국제적 흐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유연한 대응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 전환점에서, 국가별 이해관계와 단기적 이익 추구를 넘어서 인류 공동의 평화와 안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새로운 국제적 협력 체계와 규범적 합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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