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체결 협상: 갈등과 양보의 기록

미국-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체결 협상: 갈등과 양보의 기록

2025. 3. 2. 19:12ㆍInsight 보고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광물 협정 서명을 추진했으나, 안보 보장 문제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으로 협정 체결이 무산된 사건은 동유럽 지정학의 새로운 변곡점을 예고했다. 미국이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한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개발권 분배 문제는 양국 간 신뢰의 균열을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정에서 약소국의 전략적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본 보고서는 협정의 경제적 조건, 안보 보장 논쟁, 협상 파탄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미국-우크라이나 관계의 진화와 협정 배경

전쟁 지원의 대가로서의 자원 개발권 요구

2022년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총 1,250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지원을 실행했다2 7.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집권 2기 출범 직후 "원조 금액의 200% 상환"을 명시한 초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며, 자원 개발권 양도를 지원 대가로 요구했다7 14. 이는 기존의 무상 원조 정책에서 벗어난 '상환 조건부 지원'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정계에 충격을 주었다. 특히 희토류 매장량이 전 세계 5위인 우크라이나의 리튬(확정 매장량 50만 톤)과 티타늄(전 세계 생산량 10%)이 미국의 주된 관심사로 부각되었다6 13.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자원 활용 계획

우크라이나 정부는 2023년 7월 '전후 재건을 위한 광물 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희토류를 전략 산업 육성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5. 그러나 2024년 12월 기준 우크라이나 광업 생산량은 전쟁 전 대비 38%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으며, 이는 동부 산업단지 상당수가 전장화된 데 기인한다12. 미국의 자원 개발권 요구는 이러한 취약한 경제 구조를 공략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물 협정의 주요 내용과 경제적 영향

협정 초안의 구조적 특징

2025년 2월 25일 공개된 협정 초안은 ▲미·우크라이나 공동 재건투자기금(RIF) 설립 ▲우크라이나 천연자원 수익의 50% RIF 기여 ▲미국 금융 상품의 RIF 투자 등 6개 조항으로 구성되었다5.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RIF 운영 위원회의 의결권 배분이 미국 51%, 우크라이나 49%로 명시된 점이었다2 9. 우크라이나 측은 자원 소유권 이전 조항(초안 2조)을 철회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수익 배분 구조에서는 사실상 미국의 우위를 인정해야 했다5 8.

경제적 부담의 구체화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24일 기자회견에서 "협정 이행 시 5000억 달러 상환에 25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7 14. 미국이 제시한 초안에는 ▲원조 1달러당 2달러 상환 ▲RIF 자금 중 30%만 우크라이나 재건에 사용 가능 ▲잔여 금액의 미국 국채 투자 의무화 등의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7 14. 우크라이나 재무부 추산에 따르면, 이 조건들이 적용될 경우 2026~2030년 국가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25%에서 217%로 급증할 전망이었다12.

안보 보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 양상

NATO 가입 요구 대 미국의 거부

젤렌스키 대통령은 협정 서명의 전제 조건으로 NATO 가입 가속화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6일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NATO 회원국 지위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일축했다13. 이는 2024년 7월 NATO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우크라이나의 필수적 회원 자격' 선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조치였다4.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비공식 브리핑에서 "안보 보장은 유럽 연합(EU)의 책임"이라며 책임 전가 논리를 펼쳤다13.

휴전 조건에 대한 상반된 입장

트럼프 행정부는 2월 20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실무급 회담에서 '현 전선 고정' 안을 제시했으나4, 우크라이나는 크림 반도 및 동부 4개주 반환을 최소 조건으로 제시하며 대립했다11. 백악관 고위관리는 익명을 조건으로 "안보 보장 없이 자원 접근권만 제공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8.

2·28 정상회담의 전개와 결렬 과정

회담 전 협상력의 불균형

우크라이나 측은 2월 26일 협정 서명을 위한 각료회의를 긴급 소집했으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책임론"을 재차 강조하면서 협상 테이블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3 13.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공개 자료에 따르면, 회담 48시간 전까지 양측 실무진은 서명식 일정만을 협의했을 뿐 안보 조항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4.

공개석상에서의 설전과 결말

2월 28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원 협상은 안보 보장과 연동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협정은 별개 사안"이라고 맞섰다4 11. 이 과정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례한 태도"를 지적하며 회담을 조기 종료시키는 계기가 되었다4. 결국 예정된 서명식은 취소되었고,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공식 성명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11.

국제사회의 반응과 향후 전망

유럽 연합의 복합적 입장

독일 외무부는 협정 파탄 직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국의 압박적 협상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15. 반면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자원이 러시아에 유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미국 주도의 협정 지지 입장을 밝혔다12.

러시아의 기회주의적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1일 성명에서 "미·우크라이나 갈등이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환경을 조성했다"고 평가했다11. 러시아 국가두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광산에 대한 러시아 기업의 특별 개발권 부여 법안 심사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4.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균열

우크라이나 최고평의회(Verhovna Rada)는 3월 2일 긴급 회의를 소집해 협정 내용을 공개 검토하기로 결의했다5. 야당 대표인 올렉산드르 코르넨코는 "이 협정은 경제적 종속을 초래한다"며 정부의 협상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14. 한편, 우크라이나 국민의 67%가 자원 개발권 양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여론조사(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발표되며7, 정국 혼란이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론: 새로운 국제질서의 각본으로서의 자원 분쟁

2025년 미·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논란은 탈냉전기 국제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예시한다. 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군사적 충돌에서 경제적 자원 장악 경쟁으로 전환되는 양상 속에서, 약소국의 주권 행사 영역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책임 지역화' 전략은 유럽 안보 구조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NATO의 존재意義에 대한 근본적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자원 주권과 안보 보장 간의 기로에서 국가적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역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향후 진행될 제2차 협상에서 양측이 균형 잡힌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21세기 국제법 질서의 방향성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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