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1. 19:54ㆍ카테고리 없음
1966년 미셸 푸코가 발표한 『바깥의 사유』는 『말과 사물』과 「헤테로토피아」와 함께 그의 초기 사유를 집약하는 삼각축을 이룬다1. 이 저작은 근대 에피스테메의 경계를 넘어서는 '바깥'의 철학적 가능성을 탐구함으로써, 푸코 사상의 전개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 본고는 『바깥의 사유』의 개념적 토대를 해체주의와 마르크스주의 해석의 경합 속에서 분석하며, 이를 통해 현대 철학의 주체론과 권력 담론의 변증법을 재조명한다.
1. 근대 에피스테메의 경계와 '바깥'의 출현
1.1. 에피스테메의 구조적 한계
푸코는 『말과 사물』에서 서구 지성사가 에피스테메(epistémè)라는 인식론적 틀에 의해 규정된다고 주장했다. 근대 에피스테메는 인간을 주체이자 객체로 위치시킴으로써 '인간학적 수면'에 빠졌으며, 이는 18세기 말 계몽주의의 합리성 체계에서 비롯된 역사적 구성물에 불과하다5. 『바깥의 사유』에서 푸코는 이러한 인식론적 틀을 '안'(dedans)으로 규정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바깥'(dehors)의 가능성을 모색한다1.
이러한 에피스테메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푸코의 철학적 프로젝트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푸코는 근대 에피스테메가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적 구도를 통해 권력 관계를 내면화한다고 보았다. 이 프레임워크 내에서 지식은 곧 권력이며, '안'의 영역에서 생산되는 담론들은 필연적으로 규율 권력의 메커니즘에 포섭된다. 따라서 진정한 저항의 가능성은 오직 에피스테메의 '바깥'에서만 모색될 수 있다는 것이 푸코의 논지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푸코가 '바깥'을 단순한 초월적 영역이 아닌 내재적 외부성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는 들뢰즈의 '주름'(pli) 개념과 연결되는데, 바깥은 안의 이면(裏面)으로서 항상 이미 안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이러한 복잡한 위상학적 관계는 근대 에피스테메의 균열과 공백을 통해 드러나며, 이를 통해 주체의 자기구성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1.2. 문학적 실천으로서의 한계 위반
푸코는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 이론을 통해 에피스테메의 경계를 해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블랑쇼가 주창한 '문학의 공간'은 언어의 자기초월성을 통해 주체의 해체를 수행하며, 이는 푸코가 말하는 '바깥'의 경험과 유사하다3. 특히 플로베르의 『부바르와 펀세트』에서 나타나는 메타문학적 실험은 언어 자체의 물질성을 드러냄으로써 근대적 서술 구조를 탈구축한다2. 이러한 문학적 실천은 푸코가 『말과 사물』에서 예고한 '인간의 소멸'을 선취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5.
또한 이러한 문학적 실험은 데리다의 해체주의적 언어관과도 연결된다. 데리다가 『그라마톨로지』(1967)에서 제시한 '차연'(différance) 개념은 푸코의 '바깥'과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다. 두 개념 모두 현전의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과 의미 생성의 무한한 유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푸코가 블랑쇼를 통해 문학적 실천의 공간을, 데리다가 하이데거를 통해 존재론적 차이의 공간을 탐구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접근법은 구분된다.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1967)에서 제시된 '텍스트성' 개념 역시 푸코의 '바깥'과 중요한 상호텍스트성을 형성한다. 바르트가 말하는 "언어가 말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푸코의 "언어는 항상 이미 바깥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주장과 공명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학적 실천은 단순한 미학적 행위가 아니라 근대성의 에피스테메를 전복시키는 정치적 행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2. '바깥의 사유' 개념의 다층적 해석
2.1. 들뢰즈의 생기론적 독해
질 들뢰즈는 『푸코』(1986)에서 '바깥'을 생명력의 흐름으로 해석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푸코의 '바깥'은 권력의 외부성이 아니라 권력 관계들이 교차하는 힘들의 장(field of forces)이며, 이는 니체의 의지론적 전통을 계승한다4. 들뢰즈는 블랑쇼의 '부재의 글쓰기'를 푸코의 주체 해체론과 연결지으며, 이를 통해 주체성의 새로운 형태인 '되기'(devenir)를 제시한다3.
2.2. 발리바르의 사회과학적 재맥락화
에티엔 발리바르는 『개념의 정념들』(2023)에서 들뢰즈의 해석을 비판하며 푸코를 마르크스주의 전통 안에서 재위치시킨다. 발리바르에 따르면, '바깥의 사유'는 단순한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라 계급 투쟁과 지식-권력 관계의 변증법적 과정이다1. 그는 푸코가 『감시와 처벌』(1975)에서 발전시킨 규율권력 이론이 이미 『바깥의 사유』에서 그 개념적 기초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바깥'은 자본주의적 권력 장치에 대항하는 대항헤게모니의 공간으로 재해석된다9.
3. 블랑쇼와 바타유: '바깥'의 두 얼굴
푸코의 '바깥의 사유'에 영향을 준 블랑쇼와 바타유의 이론적 관계를 시각화하면 다음과 같다:
모리스 블랑쇼의 영향
블랑쇼는 문학을 통해 언어의 자율성과 주체의 소멸을 탐구했다. 그의 '중성적 글쓰기' 개념은 푸코의 '바깥의 사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 부재의 글쓰기
- 주체의 소멸
- 언어의 물질성
- 비인격적 목소리
조르주 바타유의 영향
바타유는 위반과 초과의 경험을 통해 합리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의 '초과의 경제학'은 푸코의 권력 이론에 영향을 주었다.
- 위반의 경험
- 에로티시즘
- 희생의 경제학
- 비생산적 소비
이러한 두 사상가의 영향은 푸코가 『바깥의 사유』에서 탐구하는 주체성의 해체와 재구성 문제의 이론적 기반을 형성한다. 특히 블랑쇼의 텍스트성과 바타유의 신체성은 푸코 사상에서 상호보완적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3.1. 블랑쇼의 부정성과 주체의 해체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1955)은 푸코의 '바깥' 개념에 직접적인 영감을 제공했다. 블랑쇼는 작가의 죽음과 텍스트의 자기초월성을 통해 주체의 해체를 논증했는데, 이는 푸코가 『바깥의 사유』에서 "말하는 주체의 소멸"로 재구성한다3. 특히 블랑쇼의 '중성적 글쓰기'(écriture neutre) 개념은 푸코의 '에피스테메의 이단점' 이론과 공명하며, 이는 근대적 주체성의 허구를 폭로한다1.
3.2. 바타유의 위반과 초월의 경제학
조르주 바타유의 '위반'(transgression) 이론은 푸코의 '바깥' 개념에 또 다른 차원을 부여한다. 바타유는 성(性)과 죽음의 경험을 통해 합리성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과의 경제학'을 제안했는데, 푸코는 이를 에피스테메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방법론으로 전유한다2. 특히 『허무주의적 인간학』(1943)에서 바타유가 제기한 주체의 분열 문제는 푸코의 후기 '주체화' 이론의 전조로 읽힌다6.
4. 푸코 사상의 전개에서 『바깥의 사유』의 위치
4.1. 고고학에서 계보학으로
『바깥의 사유』는 푸코 사상의 전환기에 해당하는 저작이다. 1960년대 초 『광기의 역사』(1961)와 『임상의학의 탄생』(1963)에서 시작된 고고학적 방법은 『말과 사물』(1966)을 거쳐 『바깥의 사유』에서 정점에 이른다8. 그러나 1970년대 들어 푸코는 권력의 미시물리학을 탐구하는 계보학적 접근으로 전환하며, 이 과정에서 '바깥' 개념은 '저항의 공간'으로 재해석된다9.
4.2. 주체화의 정치학으로의 연속성
푸코의 후기 작업인 『성의 역사』(1976-1984)에서 '자기배려' 개념은 『바깥의 사유』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주체화 과정에서의 '자기실천'은 에피스테메의 경계를 넘어서는 개별화된 저항 전략으로, 이는 발리바르가 지적한 대로 마르크스주의적 계급 투쟁 이론과 변증법적 관계를 이룬다1. 들뢰즈와의 논쟁적 대화 속에서 푸코는 주체의 해체보다는 주체화의 전략적 생산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4.
5. 현대 철학에서의 계승과 비판
5.1. 포스트휴머니즘과의 접점
푸코의 '바깥' 개념은 로시 브라이도티와 같은 포스트휴머니스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라이도티는 『포스트휴먼』(2013)에서 푸코의 주체 해체론을 생명정치학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며, 기술과학적 조건 하에서의 새로운 주체화 양상을 탐구한다9. 이는 들뢰즈의 생기론과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주의를 종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5.2. 공간 정치학으로의 확장
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개념은 『바깥의 사유』의 공간적 변주로 이해될 수 있다. 현대 도시계획에서 헤테로토피아는 자본주의적 공간 배치에 대항하는 대안적 장소성을 의미하며, 이는 데이비드 하비의 '반란의 도시'(2012)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9. 특히 서울의 도시재개발 현장에서 나타나는 임시적 점유 공간들은 푸코적 '바깥'의 현실적 구현 사례로 분석될 수 있다.
결론: 미완의 프로젝트로서의 '바깥'
푸코의 『바깥의 사유』는 21세기 디지털 감시체제와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구성하는 새로운 권력 장치 앞에서 '바깥'의 공간은 더욱 복잡다기해졌으며, 이에 대한 철학적 대응은 들뢰즈의 생기론과 발리바르의 계급 분석을 넘어서는 창의적 종합을 요구한다19. 푸코가 예견한 '인간의 소멸' 이후의 지형에서 '바깥의 사유'는 여전히 진행형인 도전으로 남아 있다.
Ci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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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soyoseoga.com/tag/푸코/
- https://en-movement.net/245
- http://artnstudy.com/n_lecture/note/들뢰즈의_『들뢰즈가_만든_철학사』_읽기_시즌_Ⅱ_04.pdf
- https://s-space.snu.ac.kr/bitstream/10371/170605/1/00000016350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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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ko.wikipedia.org/wiki/미셸_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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